지난 몇 년간 AI 경쟁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델의 성능을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는지, 벤치마크 점수가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긴 문맥을 처리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메타(Meta)가 공개한 개인 AI 에이전트 Muse를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AI 산업에서 정말 중요한 경쟁은 '누가 가장 똑똑한 AI를 만드는가'에서 '누가 사람 대신 가장 많은 일을 처리하는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히 AI 서비스 하나가 새로 등장했다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주체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지금까지 인터넷을 움직인 것은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인터넷 경제의 기본 단위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이 구글에서 검색하고, 인스타그램을 보고, 아마존에서 물건을 비교하고, 여행 사이트에서 항공권을 찾고, 은행 앱에서 결제합니다.
그래서 인터넷 기업의 핵심 경쟁력도 결국 사람의 시간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였습니다. 구글은 검색을 장악했고, 메타는 소셜미디어를 장악했고, 아마존은 쇼핑을 장악했습니다. 사람이 인터넷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이 기업들의 사업도 커졌습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이 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사람이 인터넷을 직접 돌아다니지 않는다면?
Muse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목표를 말하면 직접 브라우저를 열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필요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달 뉴욕 출장 항공편을 알아봐"라고 이야기하면, 사람이 직접 여러 여행 사이트를 방문하는 대신 AI가 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메일에서 출장 일정을 확인하고, 캘린더에서 가능한 시간을 찾고, 항공권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조건이 맞으면 다시 사용자에게 알려줍니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직접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AI가 대신 돌아다닙니다.
이 변화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인터넷 경제는 '사람 → 웹사이트 → 거래' 구조였습니다. 앞으로는 '사람 → AI 에이전트 → 웹사이트 → 거래'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인터넷 사이에 새로운 계층이 하나 생기는 것입니다.
3.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검색'일 수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구매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은 검색창에 제품을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보고, 광고를 보고, 쇼핑몰에 들어가고, 리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돈을 법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에게 "이번 여행에서 쓸 20만 원 이하 캐리어 하나 골라줘"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에이전트가 제품을 검색하고 리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해서 몇 개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정해놓은 조건 안에서 구매까지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검색 결과 페이지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광고를 클릭할 필요도 없습니다. 쇼핑몰을 여러 곳 돌아다닐 이유도 줄어듭니다. AI 에이전트가 인터넷의 새로운 문지기(gatekeeper)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이미 이론이 아닙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Muse가 자사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Muse가 사용자의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고 계정 데이터를 긁어가며 자신이 AI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쇼피파이(Shopify)는 정반대로, Muse가 자사 가맹점의 상품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결제까지 마칠 수 있도록 전면 통합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인터넷을 대신 돌아다니는 것을 두고, 기존 플랫폼들의 반응이 이미 극명하게 갈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지기 자리를 둘러싼 싸움은 벌써 시작됐습니다.
4. AI 시대의 승자는 모델 회사가 아닐 수도 있다
여기서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AI 모델의 성능 차이가 계속 줄어든다면,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저는 세 가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통망(Distribution), 맥락(Context), 그리고 실행(Action)입니다.
첫 번째는 유통망입니다. 아무리 좋은 AI를 만들어도 사용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메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있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메신저라는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에이전트를 새로운 앱으로 배포할 필요 없이,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는 서비스 안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Muse가 왓츠앱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된 이유도 여기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Muse는 9월 8일 출시 이후 12일 만에 아이폰에서만 143만 회 다운로드돼 챗GPT의 초기 기록을 넘어섰고, 미국 앱스토어 생산성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두 번째는 맥락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일하려면 사용자를 알아야 합니다. 내 일정, 이메일, 구매 기록, 관심사, 친구, 여행 계획, 운동 기록까지. 사용자를 많이 알수록 에이전트는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AI 경쟁의 중요한 자산이 '모델'에서 '사용자 맥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메타는 이미 사람들이 누구와 연결돼 있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며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에 대한 거대한 관계망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물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접근 권한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따라옵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 시대에 사용자 맥락의 가치가 커질 가능성 자체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실행입니다. 지금까지 AI는 대부분 정보를 만들어줬습니다. 앞으로는 행동을 실행합니다. 검색하고, 예약하고, 구매하고, 메일을 보내고, 협상합니다. 결국 AI의 가치가 '얼마나 좋은 답을 만드는가'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실제로 끝내는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본격화되면 AI 산업의 수익모델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5. 광고 다음은 '에이전트 커머스'일 수도 있다
메타의 핵심 사업은 여전히 광고입니다. 그런데 Muse에는 흥미로운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실제 구매 과정까지 들어갑니다. Muse는 스트라이프(Stripe)의 결제 기능을 이용해 결제를 진행할 수 있고, 쇼피파이의 Shop Pay와 페이팔(PayPal)도 지원합니다.
이것이 커지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바로 에이전트 커머스(Agent Commerce)입니다. 사람이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제품을 찾고 비교하고 구매하는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지금과 전혀 다른 광고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사람에게 광고했습니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가 SEO였다면, 언젠가는 '에이전트 최적화(Agent Optimization)' 같은 산업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에이전트의 추천 목록에 들어가는지가 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입니다.
실제로 이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메타는 Muse에 월마트·베스트바이·세포라·인스타카트 같은 커머스 파트너와 깃허브·노션 같은 업무 도구를 연결했고, 외부 개발자에게 연결 플랫폼을 열자 1주일도 안 돼 1,500개가 넘는 신청이 몰렸습니다. 기업들이 에이전트에 올라타기 위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6. 여기서 메타의 비즈니스 모델도 달라진다
Muse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메타가 광고 이외의 AI 수익모델을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Muse에는 무료 버전뿐 아니라 유료 구독 모델이 존재합니다. 월 20달러와 100달러 요금제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저커버그가 밝힌 수익 구조입니다. 그는 Muse를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무료로 유지하되, Muse가 대신 처리한 구매·예약 같은 거래에서 소액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겠다고 했습니다. 광고가 아니라 '거래 수수료'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현재 메타 매출 대부분은 광고에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사람들의 일상적인 업무를 실제로 대신하기 시작하면, 소비자가 AI 자체에 돈을 지불하거나 그 거래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실제로 일부 월가에서는 벌써 Muse의 수익 가능성을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프리스(Jefferies)는 하나의 시나리오로, 2027년 말 Muse 이용자가 10억 명에 도달하고 그중 3%가 유료로 전환되면 약 108억 달러의 연환산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하며 메타 목표주가를 875달러로 올렸습니다. 물론 상당히 공격적인 가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메타에 광고 이외의 대규모 소비자 비즈니스가 생길 가능성이 처음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7. 그리고 메타에는 또 하나의 카드가 있다
스마트폰 다음의 인터페이스입니다. 메타는 Muse를 스마트폰과 PC에만 머물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 최근 메타 커넥트(Meta Connect)에서 Muse를 AI 글래스로 확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에서는 사용자가 AI 앱을 열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경에 AI 에이전트가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 내가 듣고 있는 것, 내가 지금 있는 상황을 AI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바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AI가 하나의 앱에서, 항상 옆에 있는 개인 비서로 변하는 것입니다.
메타가 AI와 스마트글래스에 동시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를 이 관점에서 보면, 두 사업은 사실 별개의 사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AI가 두뇌라면, 글래스는 AI가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인터페이스가 됩니다.
8. 그렇다면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Muse 하나가 성공했다고 AI 에이전트 시장의 승자가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같은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AI가 결제와 금융정보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에이전트 커머스의 사기와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경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본 아마존의 차단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럼에도 Muse가 보여주는 방향은 꽤 명확합니다. 앞으로 AI 기업을 평가할 때 모델 성능만 보는 것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중요하게 보려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유통망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용자에게 AI를 바로 배포할 수 있는가. 둘째, 맥락입니다. 사용자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가. 셋째, 실행입니다. AI가 실제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가. 넷째, 수익화(Monetization)입니다. 그 행동을 어떻게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AI 경쟁의 모습은 지금까지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맺으며: AI 경쟁의 다음 질문
지난 3년간 시장은 끊임없이 물었습니다. "누가 가장 좋은 AI 모델을 가지고 있는가?" 하지만 Muse를 보면서 저는 앞으로 질문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 자신의 일을 맡길 것인가?"
AI가 단순한 검색도구나 챗봇이라면 모델 성능이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내 이메일을 읽고, 일정을 관리하고, 여행을 예약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내가 잠든 동안에도 일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성능만큼 신뢰가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사용자에 대한 이해, 기존 서비스와의 연결, 결제 능력, 유통망이 중요해집니다.
결국 AI 에이전트 시대의 경쟁은, 가장 똑똑한 AI를 만드는 경쟁에서 가장 신뢰받는 '디지털 대리인'을 만드는 경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Muse가 정말 그 자리를 차지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변화는 시작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람이 인터넷을 사용했다면, 앞으로는 사람을 대신해 AI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변화가, AI 산업의 다음 투자 사이클을 이해하는 데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보다 훨씬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본 글의 수치·일정은 2026년 9월 24일 시점의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