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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1경 4천조가 몰린다. 그 의미는?

인터넷은 맞았지만 닷컴버블은 터졌다. AI도 그럴 수 있다

작성 2026-09-25 수정 2026-09-25 글쓴이: · 前 애널리스트 現 투자자

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2025년부터 2032년까지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AI 관련 인프라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무려 10조 3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내용입니다.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미국 GDP의 약 3.63%입니다. 19세기 철도 건설 붐 당시 2.24%, 1990년대 후반 통신·광섬유 투자 붐 당시 1.10%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말 그대로 미국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의 자본이, 하나의 기술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 숫자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닷컴버블이었습니다. 저는 AI가 단순한 유행이나 허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AI는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세계 경제와 산업을 바꿀 가장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기술의 미래가 밝다는 것과, 그 기술에 투자된 모든 자본이 높은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1. 인터넷은 틀리지 않았다

2000년 닷컴버블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기대했던 인터넷의 미래는 틀렸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은 이후 유통과 광고, 금융, 미디어, 통신,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아마존과 구글 같은 기업이 등장했고,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소셜미디어 역시 인터넷이라는 인프라 위에서 성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터넷이라는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낙관론은 맞았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기술의 방향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기대의 속도와 투자 규모가 현실보다 너무 빠르게 앞서갔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막대한 자본이 통신망과 광섬유에 투자됐습니다. 하지만 실제 수요가 그 투자 속도를 바로 따라오지는 못했습니다. 그 결과 상당한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많은 기업이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입니다. 닷컴버블이 터졌다고 인터넷 혁명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버블이 무너진 이후, 인터넷은 훨씬 더 거대한 산업이 됐습니다.

2. 기술은 성장해도, 투자는 사이클을 탄다

경제사를 보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등장했다고 해서 성장이 직선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제학자들도 오래전부터 이를 여러 방식으로 설명해왔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슘페터의 설명입니다. 그는 증기기관·철도·전기처럼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등장하면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기고, 기업과 자본이 몰리며 투자가 급증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투자가 계속 확대되면 어느 순간 경쟁이 격화되고 과잉투자가 나타납니다. 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살아남은 기술과 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다음 성장 단계가 시작됩니다. 기술혁신이 경제의 장기 파동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에서는 민스키의 설명이 특히 중요합니다. 그는 호황이 오래 지속될수록 사람들이 위험을 점점 과소평가하게 된다고 봤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믿음이 강해지고, 더 많은 부채와 레버리지를 감수하게 됩니다. 겉으로는 가장 안정적으로 보이는 순간에, 오히려 금융시스템 내부의 취약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비슷한 통찰은 여러 갈래로 존재합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이 빠르게 축적되는 과정에서 결국 과잉투자와 과잉생산이 나타나, 호황과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콘드라티예프는 경제에 수십 년 단위의 장기적인 상승과 하강의 파동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클 포터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경쟁자가 늘고 경쟁구조가 변하면, 초기에는 높았던 성장률과 수익성이 영원히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들의 설명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가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바꿀 만큼 중요하다고 해서, 그 기술을 둘러싼 투자와 기업가치까지 직선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거대한 기술혁신일수록 기대와 자본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그 안에서 더 큰 상승과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AI 역시 예외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3. AI도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

그래서 저는 AI에 대해서도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AI가 인류의 생산성을 크게 높일 기술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둘러싼 투자에 언젠가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두 문장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범용기술이 등장할 때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났던 모습에 가깝습니다. 증기기관과 철도, 전기, 자동차, 인터넷 같은 기술은 모두 경제와 산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항상 평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기술혁신이 시작되면 기대가 생깁니다. 기대가 커지면 돈이 몰립니다. 돈이 몰리면 경쟁이 붙고, 경쟁이 붙으면 투자 규모는 실제 수요보다 더 빠르게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장은 질문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투자로 실제 얼마를 벌 수 있는가?" 그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하지 못하는 기업과 프로젝트부터 조정이 시작됩니다.

4. 10조 달러를 투자하려면, 10조 달러를 정당화해야 한다

이번 기사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숫자도 바로 10조 3천억 달러입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투자가 집행된다면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단순히 "AI가 유용한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그 생산성 향상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이익이 수조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가 공개한 이 연구는 그 '정당화'에 필요한 숫자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이 정도 투자가 목표 수익률을 맞추려면, AI 산업은 2032년까지 연간 약 3조 7천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오픈AI와 앤트로픽의 합산 매출은 대략 1천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서 3조 7천억 달러까지 가려면, 앞으로 매년 약 80%씩 성장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연구를 진행한 컬럼비아대(Columbia University)의 스테인 판 니우에뷔르흐(Stijn van Nieuwerburgh)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우리 모두가 이것을 기적의 기술이며 수조 달러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믿게 하려 한다. 그리고 실제로 수조 달러를 벌어야만 이 투자가 자금조달될 수 있다."

다만 이 비교는 완전히 대등하지는 않습니다. 3조 7천억 달러는 AI 산업 전체가 벌어야 할 목표이고, 1천억 달러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두 회사의 매출입니다. 저자 자신도 두 숫자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이 간극은, 지금의 투자가 얼마나 큰 미래 성장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입니다.

앞으로 AI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기술 자체보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될지도 모릅니다.

5. 문제는 규모만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하는가다

특히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도 중요해집니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으로 투자하는 것과, 부채와 리스, 합작회사, 사모대출과 각종 금융구조를 이용해 투자하는 것은 위험의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이 연구가 특히 경고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는 점점 더 합작법인, 사모신용, 증권화, 리스, 대출보증, 그리고 특수목적법인(SPV) 같은 복잡한 금융구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동원할 수 있는 자본의 양을 늘려주지만, 동시에 위험이 실제로 어디에 쌓여 있는지를 투자자와 규제당국이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판 니우에뷔르흐 교수는 이 불투명성을 두고,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실제로 하이퍼스케일러 다섯 곳(오라클·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의 설비투자는 2020년 970억 달러에서 2025년 4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2026년에는 8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이들 기업의 영업현금흐름을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입니다. 다시 말해, 산업의 성장 자체는 계속되더라도, 그 산업에 투자한 일부 기업이나 자본은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제가 앞서 다뤘던 흐름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AI 투자가 전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이고, 그 자본이 회사채와 사모대출, 정부 금융까지 끌어들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연구는 거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 얹습니다. 그렇게 끌어모은 10조 달러가, 과연 그만한 수익으로 돌아올 것인가.

6. 그렇다고 지금 당장 AI 버블이 터진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저는 지금 AI 시장을 보면서 "곧 버블이 터질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향후 몇 년 동안 AI 투자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AI는 이미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업무와 산업에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코딩, 검색, 광고, 의료, 제조, 금융, 로봇 등 활용 분야도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투자를 모두 과잉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입니다. 기술 발전 속도보다 기대가 빨라지고, 실제 수익 증가보다 투자가 빨라지고, 현금흐름보다 부채가 더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어느 순간 시장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게 될 것입니다. 그때는 AI라는 기술의 장기적인 미래와 관계없이, 상당한 규모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7. 기술의 시계와 자본의 시계

그래서 앞으로 AI를 볼 때는 두 개의 시계를 따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기술의 시계입니다. AI 모델의 성능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AI가 얼마나 많은 업무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지, 기업의 생산성을 실제로 얼마나 높이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시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자본의 시계입니다. AI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는지, 기업들이 그 투자에서 어느 정도 수익을 얻고 있는지, 데이터센터와 GPU가 실제로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투자 과정에서 부채와 레버리지가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시계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호황이 있으면 과잉투자가 나타날 수 있고, 과잉투자가 나타나면 조정이 생깁니다. 그리고 조정 이후 살아남은 기업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시 다음 성장이 시작됩니다.

철도도 그랬고, 전기도 그랬고, 인터넷도 그랬습니다. AI라고 해서 반드시 다를 이유는 없습니다.

맺으며

저는 여전히 AI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입니다. 하지만 그 낙관론이 "그러니 AI와 관련된 모든 기업과 자산은 계속 오를 것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닷컴버블도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두 가지는 동시에 사실입니다. AI 역시 그럴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은, 사람들이 AI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가 아니라, 모두가 AI의 미래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AI가 틀린 기술이라서 버블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너무나 맞는 이야기라고 모두가 믿기 시작하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수익을 현재의 가격과 투자에 너무 많이 반영할 때, 버블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AI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에는 올라타되, 그 흐름 안에도 분명 사이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 본 글의 수치·전망은 2026년 9월 25일 시점의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 다룬 종목
데이터 출처 ·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공개 연구(스테인 판 니우에뷔르흐) · 월스트리트저널(WSJ)·연합뉴스 보도 · 국내외 언론 보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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