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가 알파벳(구글 모회사) 지분을 약 310억 달러까지 늘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18일, 95세의 워런 버핏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투자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습니다. 그 발언이 흥미로운 건,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AI 내러티브'와 결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시작한 아이디어다"
먼저 버핏은 널리 퍼진 오해 하나를 바로잡았습니다. 이 알파벳 투자가 후계자인 그렉 아벨 CEO의 결정이라는 추측이었죠. 버핏은 자신이 직접 "시작했다(I initiated it)"고 밝혔습니다.
버핏은 2025년 말 CEO에서 물러나 지금은 이사회 의장입니다. 자본 배분의 최종 결정권은 아벨에게 있고요. 그런데도 이번 발언은 60년간 이 포트폴리오를 만든 사람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놀라운 건 "왜 샀나"입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버핏은 과거 구글을 사지 않은 것을 두고 "실수했다(I made a mistake)"고 인정했습니다. 자산이 가벼운(asset-light)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래 외면했던 걸, 뒤늦게 바로잡은 셈입니다.
사실 이 후회는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이미 2017년 CNBC 인터뷰에서도 구글의 잠재력을 더 일찍 알아보지 못한 걸 실수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특히 버크셔의 자회사 가이코(자동차 보험)가 오랫동안 구글 광고를 많이 써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요. "우리 회사들이 구글에 광고비를 그렇게 오래 냈으면서, 정작 구글 주식은 왜 안 샀나"는 자기반성에 가깝습니다.
과연 버핏답습니다. 그는 원래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엔 투자하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기술주를 피해왔습니다. 애플조차 "기술주가 아니라 소비재"라는 논리로 접근했죠. 이번에도 그는 알파벳을 'AI 베팅'이 아니라 '진작 알아봤어야 할 광고·검색 사업'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실적은 정확히 'AI 스토리'였습니다
버핏의 발언과 별개로, 7월 22일 나온 알파벳 2분기 실적은 뜯어보면 AI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4% 늘어난 1,198억 달러로, 12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상치(약 1,170억 달러)를 웃돌았고요.
가장 눈에 띈 건 구글 클라우드입니다. 매출이 82% 급증한 248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직전 분기 63% 성장에서 한 단계 더 뛰어오른 수치입니다. 회사는 그 동력으로 AI 인프라와 기업용 AI 솔루션 수요를 꼽았습니다. 클라우드 영업이익은 1년 전 28억 달러에서 88억 달러로 세 배 넘게 늘었습니다.
검색도 견조했습니다. 구글 검색 매출이 17% 늘어 633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회사는 AI 기능이 오히려 검색 쿼리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가 검색을 잡아먹을 것"이라던 우려와는 반대 방향입니다.
즉 버핏은 "광고·검색 사업을 산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사업이 지금 성장하는 방식 자체가 AI였던 셈입니다.
시장은 왜 실적 발표 후 하락했나
여기서 이 프로젝트에서 반복해 다뤄온 주제와 만납니다. 전력과 인프라의 청구서.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었는데도 알파벳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65% 하락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2분기 자본지출(CAPEX)이 449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00% 급증한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던진 질문은 단순합니다. "이 막대한 AI 인프라 지출이 언제 수익으로 돌아오나?" 매출은 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칩·전력에 쏟아붓는 돈의 속도가 그보다 빨라 보인다는 우려입니다.
이건 AI 데이터센터 붐, 놓치기 쉬운 3가지 관전 포인트에서 다룬 구조와 정확히 같습니다. AI 시대의 병목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물리적 인프라이고, 그 비용이 실적의 발목을 잡는 국면이 온 것입니다. 알파벳은 이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6월에 주식을 발행해 약 496억 달러를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버핏이 참여한 100억 달러 사모 배정이 바로 그 일부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버핏은 이 지출을 옹호했다는 점입니다
보통 버핏은 돈을 쏟아붓는 회사를 경계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그는 AI 기업이 "더 이상 자산이 가벼운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막대한 자본 지출을 자신이 소유한 철도 사업에 빗댔습니다. 2000억~3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철도 회사를 상상해보라고요. 철도 역사에 그런 규모의 지출은 없었다는 겁니다.
버핏의 기준은 지출의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투자의 핵심을 "오랜 기간 높은 자본 수익률을 낼 사업을 찾는 것(businesses that are going to earn high returns on capital for an extended period of time)"이라고 표현했습니다. AI 경쟁을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게임"이라 부르면서도, 결국 승자는 그 막대한 지출에서 높은 수익률을 오래 유지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즉 버핏에게 알파벳의 449억 달러 CAPEX는 겁낼 대상이 아니라, "이 돈이 높은 수익률로 돌아올 수 있느냐"를 판단할 문제였던 셈입니다. 시장이 CAPEX를 보고 주가를 떨어뜨린 바로 그 지점을, 버핏은 정반대로 읽은 것입니다.
두 가지 시선이 겹치는 지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버핏은 알파벳을 검증된 사업으로 봅니다. AI 열풍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소음을 걷어낸 자리에서 오랜 기간 높은 수익률을 낼 회사인지를 봅니다.
반면 시장은 알파벳을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회사'로 보고, 그 지출의 회수 시점을 놓고 저울질합니다. 실적이 좋아도 CAPEX가 무서우면 주가가 빠지는 이유입니다.
흥미로운 건 두 시선이 같은 회사를 보면서도 정반대 지점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한쪽은 검증된 현금창출력을, 다른 쪽은 미래를 위한 막대한 베팅을 봅니다.
그리고 버핏은 냉정함도 잃지 않았습니다. 알파벳이 수백억 달러짜리 포지션이 됐지만, 버크셔가 보유한 다른 종목 네다섯 개가 더 나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이 시작한 투자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는 셈입니다.
8월 14일, 숫자로 확인될 것
버핏의 인터뷰 원본은 CNBC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습니다. (youtu.be/vaHbb3-tHQA)
버핏의 이번 발언은 인터뷰일 뿐, 공식 보유 내역은 아닙니다. 실제로 버크셔가 2분기에 알파벳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8월 14일 제출되는 13F 보고서에서 드러납니다. 6월의 100억 달러 사모 배정이 이 보고서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다만 하나는 기억해둘 만합니다. 13F는 분기말 기준 스냅샷이라, 공개될 때쯤이면 이미 6주 지난 그림입니다. 구루의 포트폴리오를 볼 때 "그가 그때 무엇을 들고 있었나"는 알 수 있어도, "지금 어떻게 생각하나"는 이런 인터뷰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둘을 함께 봐야 합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언급된 사실과 수치는 알파벳 공식 실적 발표(2026년 7월 22일)와 버핏의 CNBC 인터뷰(2026년 7월 18일) 등 공개된 자료에 근거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