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데이터센터'입니다. AI 기업들이 LLM 학습과 추론을 위해 막대한 GPU를 가동하면서, 이를 수용할 인프라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자금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코어위브와 같은 GPU 팜(GPU as a Service) 을 통해 클라우드 형태로 GPU 자원을 빌려 쓰는 추세입니다.
국내에서도 SKT, KT, LG CNS가 GPU 팜 사업을 이미 영위하거나 본격적인 확장을 준비 중입니다. 물론 아직 이 분야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증권가 IB 내 부동산 부서에서는 일반 부동산 PF 시장의 침체로 어려워하지만, 데이터센터 딜만큼은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습니다. 이 사이클은 이어지겠지만 몇 가지 고민해볼 포인트는 있습니다.
1. 수도권 수전 제한
현재 수도권에는 향후 5년 이상 신규 데이터센터 증설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도권 내 대규모 수전(5MW 이상) 요구가 전력망에 부담을 줄 경우 한전이 이를 거부할 수 있도록 조치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규제의 여파는 숫자로 확인됩니다. 최근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 최종 승인률은 신청 건수 대비 1.9%(243건 중 10건) 에 그쳤고, 2029년까지 신청된 수도권 신규 데이터센터 601개소 중 적기에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40개소(6.7%) 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한전·업계 자료, 2025~2026년 기준).
이미 수도권에 전력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를 가동 중인 기업들은 부르는 게 값인 유리한 위치가 됐습니다. 수도권 진입이 막힌 IT 기업들은 이제 울산(SK), 해남 솔라시도(삼성SDS) 등 지방 데이터센터 입주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타이밍입니다. 자체 GPU 팜을 보유한 기존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서버 공간과 GPU가 모두 필요한 스타트업 및 중소·중견기업을 턴키(Turn-key)로 유치하는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입니다.
2. 지방 증설이 가져올 3~5년 뒤의 오버캐파
수도권 규제와 반대로 지방에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립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최근 착공한 SK 울산 AI 데이터센터, 2028년 완공 목표인 삼성SDS 컨소시엄의 해남 솔라시도 국가 AI 컴퓨팅센터가 대표적입니다. 완공 시점에는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이주가 예상됩니다.
물론 데이터센터는 완공 직후 100% 가동되지 않습니다. 통상 첫해 20%, 이듬해 50%, 3년 차에 100%로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램프업 기간을 거칩니다. 이 3년의 완충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쏟아지는 지방발 초대형 공급은 곧 오버캐파 문제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이미 SK는 자체적으로 2029년 이후에는 오버캐파를 감안하고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최태원 회장이 AI와 반도체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공언하면서도 "국내 AI 수요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 단계적으로 집행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것도 같은 연장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국내 자체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데이터센터들이 이른바 '미분양' 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는 GPU 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려는 기업들에게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3. LG CNS의 포지션
LG CNS는 무리한 하드웨어 증설보다는 기존 센터의 효율화와 AI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센터 증축에 대한 과잉 투자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기존에 확보한 데이터센터 운영과 GPU 팜 사업 확장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데이터센터 운영의 핵심은 전력 효율(PUE) 입니다. 통상 수전 용량의 약 30~40%가 서버가 아닌 열을 식히는 데 쓰입니다.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LG전자의 차세대 냉각 칠러(Chiller)와 액침 냉각 기술, 그리고 LG CNS의 AI 기반 설비 제어 기술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타 운영사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냉각 기술 채택을 꺼리는 가운데, 같은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로 냉각 효율을 끌어올리는 접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 있게 볼 만한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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