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5일, 스페이스X는 루이지애나 버밀리언 패리시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새 발사·생산 단지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Starbase Louisiana)'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루이지애나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입니다.
약 12만 5,000에이커 규모의 부지에 5개 발사 복합단지와 총 10기의 발사대가 들어서고, 자체 추진제 생산시설과 발전설비, 스타십 처리시설, 심해 항만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귄 숏웰 스페이스X 사장은 여기에 공항까지 들어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착공은 2027년, 첫 스타십 발사는 2029년이 목표입니다.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페이스X가 새로운 로켓을 개발하는건 아닙니다. 연간 수천 회의 발사를 감당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 구축이 목표입니다.
제가 스페이스X를 장기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개별 사업의 성장성보다 이 사업들이 연계돼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조에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진짜 해자는 어쩌면 로켓이 아니라, 로켓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수직계열화된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1. 스타링크와 저궤도 위성통신
스페이스X의 가장 현실적인 성장동력은 스타링크입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제공합니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통신보다 지연시간이 짧고, 지상 통신망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 저궤도에는 1만 기가 넘는 스타링크 위성이 운용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위성통신이 지상의 통신망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광통신과 5G는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서는 여전히 비용과 성능 면에서 경쟁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궤도 위성통신의 투자 포인트는 "기존 통신시장을 모두 대체한다"는 논리보다는 기존 지상망 위에 새로운 글로벌 통신 레이어가 추가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해상, 항공, 오지, 재난지역뿐 아니라 기존 이동통신망의 음영지역까지 위성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이렉트투셀(Direct-to-Cell)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별도의 위성전화 없이 일반 스마트폰이 위성과 직접 연결되는 시장도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미 스페이스X는 여러 국가에서 위성과 일반 모바일 기기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중요한 것은 스타링크가 더 이상 '오지용 인터넷'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스타링크의 잠재시장은 기존 위성 인터넷보다 훨씬 큽니다.
스페이스X는 단순한 인터넷 사업자가 아니라 지상의 통신망과 우주의 통신망을 연결해 전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재사용 발사체, 그리고 팰컨 9에서 스타십으로
스페이스X의 경쟁력은 여전히 발사체에서 출발합니다.
팰컨 9은 궤도급 로켓 재사용을 상업적으로 정착시킨 주역입니다. 과거에는 로켓을 한 번 발사한 뒤 대부분 폐기했지만, 스페이스X는 부스터를 회수하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발사비용을 낮추고 발사 빈도를 크게 높였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팰컨 9은 165회 발사됐고, 한 부스터가 37번까지 재사용되는 기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스페이스X의 중심축은 팰컨 9에서 스타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25일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에서 예정된 마지막 팰컨 9 기반 스타링크 발사를 수행했습니다. 앞으로 플로리다에서 발사되는 스타링크 위성의 중심은 스타십으로 이동합니다. 다만 캘리포니아 밴덴버그에서의 팰컨 9 스타링크 발사와 NASA의 국제우주정거장 임무 등은 당분간 계속됩니다.
차세대 V3 스타링크 위성은 애초부터 스타십 배치를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스타십은 한 번에 최대 60기의 V3 스타링크 위성을 실을 수 있고, 한 차례 발사로 팰컨 9 대비 약 20배 많은 스타링크 다운링크 용량을 궤도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즉 스타십은 단순히 팰컨 9보다 큰 로켓이 아닙니다.
스타링크 자체의 경제성을 한 단계 바꾸기 위해 필요한 로켓입니다.
스타십이 목표하는 완전 재사용과 대규모 운송능력이 현실화되면 단순히 발사비용을 조금 낮추는 정도를 넘어, 지금까지 경제성이 없었던 다양한 우주사업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스페이스X의 장기 투자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로켓 그 자체보다 우주까지 물건을 운반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능력입니다.
물론 위험도 존재합니다.
스타십은 아직 시험과 상용화의 중간 단계에 있습니다. 2025년의 다섯 차례 시험비행 가운데 첫 세 차례는 모두 기체 손실이나 주요 임무 목표 실패를 겪었습니다.
후반 비행에서는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있었지만, 스페이스X가 목표로 하는 완전 재사용과 주 수 회 이상의 안정적인 발사빈도까지 가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단계가 많습니다.
검증된 팰컨 9에서 스타십으로 중심축을 이동시키는 과정은 스페이스X에 가장 큰 기회이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한 기술적 리스크입니다.
3. 스페이스X만이 가진 선순환구조
스페이스X의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자체적으로 발사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발사체 기업은 외부 고객이 위성을 발사해야 매출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발사시장의 성장 속도와 고객 확보에 사업이 크게 좌우됩니다.
스페이스X는 구조가 다릅니다.
로켓을 개발하면 그 로켓으로 자체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합니다.
스타링크 가입자가 늘면 통신사업에서 반복적인 매출과 현금흐름이 발생합니다.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더 많은 위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스페이스X의 발사 수요가 증가합니다.
발사 횟수가 늘어날수록 로켓 생산, 회수, 정비, 발사 운영 경험이 축적됩니다. 이는 다시 단위 발사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위성을 올릴 수 있고 스타링크 네트워크는 더욱 커집니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발사체 → 스타링크 → 자체 발사 수요 → 발사량 증가 → 비용 절감 → 더 많은 위성 → 스타링크 확대
이 구조는 경쟁사가 성능 좋은 로켓 하나를 만든다고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페이스X와 경쟁하려면 발사체뿐 아니라 위성 생산, 통신 서비스, 고객 기반, 대규모 자체 발사 수요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선순환구조가 스페이스X의 가장 중요한 경쟁우위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와 발사량의 산업화
서두에서 언급한 1,000억 달러 투자는 바로 이 선순환구조의 연장선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는 버밀리언 패리시 피칸아일랜드 인근의 과거 엑슨모빌 소유 부지를 중심으로 약 12만 5,000에이커에 조성됩니다.
여기에는 여러 발사 복합단지와 발사대뿐 아니라 추진제 생산시설, 전력 인프라, 스타십 처리시설, 심해 운송 인프라까지 포함됩니다.
핵심은 투자금액 그 자체가 아닙니다.
1,000억 달러는 장기 계획이므로 실제 투자규모와 집행시기, 시설 구성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스페이스X가 전제하고 있는 미래의 발사량입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NASA 임무나 일부 상업위성을 발사하는 데 가끔 사용하는 로켓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 연간 수천 회의 발사가 가능한 우주 운송수단으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비유하면 자동차 한 대를 새로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향후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돌아다닐 것을 전제로 공장, 고속도로, 항만, 연료 생산시설을 동시에 짓는 것에 가깝습니다.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제 로켓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로켓을 대량으로 운용하기 위한 산업 인프라 자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단지가 계획대로 가동되면 경쟁자가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로켓 성능 하나가 아닙니다.
로켓 + 발사장 + 추진제 + 전력 + 항만 + 위성 생산 + 통신망 + 자체 발사 수요 전체입니다.
경쟁사가 스페이스X를 따라잡으려면 더 좋은 로켓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는 스페이스X가 우주 발사를 프로젝트성 산업에서 대량 운송이 가능한 산업화된 물류 시스템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는 가장 구체적인 신호 가운데 하나입니다.
5. AI 기업으로의 확장 : 컴퓨팅 인프라에서 애플리케이션까지
스페이스X의 또 다른 축은 AI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최근 몇 달 사이 '가능성'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넘어갔습니다.
스페이스X는 2026년 2월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인수했습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사업을 Space, Connectivity, AI 세 부문으로 구분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어 6월에는 AI 코딩 플랫폼 커서(Cursor)의 운영사 Anysphere를 약 6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인수하기로 했고, 거래는 8월 14일 완료됐습니다.
여기서 커서 인수를 단순히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이 AI로 코딩을 더 빨리 한다" 정도로 보는 것은 부족합니다.
스페이스X가 공개적으로 설명한 전략은 컴퓨팅 인프라(compute infrastructure) → 모델(models) →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s)으로 이어지는 AI 수직계열화입니다.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하고, xAI의 Grok 같은 모델을 만들고, 커서 같은 애플리케이션까지 직접 보유하는 구조입니다.
스페이스X의 기존 사업까지 연결하면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
스타링크는 글로벌 연결망이고, 스타십은 우주에 대규모 컴퓨팅 장비를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AI를 스페이스X의 부가사업이라기보다 기존 우주·통신 인프라와 연결되는 또 하나의 축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반도체도 들어옵니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와 AI 컴퓨팅 하드웨어 생산을 위한 테라팹(Terafab) 협력 프레임워크를 추진하고 있고 인텔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개별 프로젝트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고 참여사들의 지속적인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된 것도 아닙니다.
다만 방향은 흥미롭습니다.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그것을 돌리는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까지 직접 확보하려는 움직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AI 사업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합니다.
2026년 2분기 스페이스X의 AI 부문은 25.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약 12.6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AI 관련 설비투자(CAPEX)는 약 158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AI가 이미 실제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성장 과정에서 엄청난 자본투자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AI 사업 확대를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바로 연결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6. 우주 데이터센터 스타마인드: 옵션에서 계획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보는 스페이스X의 장기 옵션 중 하나가 우주 데이터센터입니다.
이 구상도 최근에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2026년 1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최대 100만 기 규모의 궤도 데이터센터 시스템(Orbital Data Center System)을 신청했습니다.
이후 이 궤도 AI 컴퓨팅 프로젝트는 '스타마인드(Starmind)'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됐고 첫 세대 위성 AI1의 설계도 공개됐습니다.
현재 스페이스X가 공개한 AI1의 컴퓨팅 전력은 최대 250kW, 평균 175kW 수준입니다.
논리 자체는 분명합니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합니다.
지상에서는 GPU뿐 아니라 전력망, 토지, 송전선, 냉각수, 인허가가 모두 병목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서는 "GPU를 어디서 구하나"만큼 "그 GPU를 돌릴 전력을 어디에서 확보하나"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주는 이런 제약 가운데 일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지상 토지와 송전망을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타링크를 통해 축적한 위성 간 레이저 통신 기술 역시 장기적으로 궤도 컴퓨팅 인프라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사업의 경제성 역시 스타십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의 발사비용으로 대규모 GPU와 데이터센터 장비를 궤도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스타십이 발사비용을 크게 낮춰야 비로소 경제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주는 진공이기 때문에 지상처럼 공기나 물을 이용해 열을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대규모 AI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복사 방식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방사선으로 인한 반도체 내구성, 유지보수, 고장난 장비의 교체, 통신 지연, 발사비용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스페이스X 스스로도 궤도 AI 컴퓨팅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며 상업적으로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마인드를 현재 스페이스X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사업으로 보는 것은 이릅니다.
다만 스타십의 발사비용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열릴 수 있는 매우 큰 장기 옵션으로 보는 것은 가능합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일정입니다.
스페이스X는 IPO 과정에서 첫 궤도 AI 컴퓨팅 위성을 이르면 2028년부터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최근 머스크는 첫 스타마인드 위성의 목표 시점을 2027년 4분기로 앞당기고 2028년부터 의미 있는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스페이스X 내부에서 이 사업의 우선순위가 올라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7. 국방 및 정부 사업
스페이스X에는 민간 사업 외에 스타실드(Starshield)를 비롯한 정부·국방 영역도 있습니다.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위성통신, 정찰, 미사일 탐지, 우주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스페이스X의 전략적 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스타링크는 실제 분쟁지역에서 통신 인프라로 사용되며 대규모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의 군사적 가치를 보여줬습니다.
국가안보 사업은 일반 인터넷 서비스와 성격이 다릅니다.
가격만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발사능력, 위성망 규모, 통신 안정성, 보안, 정부와의 관계가 모두 중요합니다.
스페이스X는 이미 대규모 로켓 발사능력과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로켓과 위성을 각각 다른 업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스페이스X 한 곳에서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부 계약은 장기간 이어지는 안정적인 매출원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정부사업 비중이 커질수록 미국 정부와의 관계, 국방정책, 규제에 대한 의존도 역시 증가합니다.
특히 일론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기업과 정부의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리스크입니다.
8.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가능성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장기적으로 합병할 가능성도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됩니다.
두 회사의 사업영역에는 논리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합니다.
테슬라는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 AI, 자율주행, 로봇, 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도 로켓과 위성통신을 넘어 AI와 컴퓨팅 인프라까지 범위를 넓히는 중입니다.
테슬라가 가진 배터리와 에너지저장 기술이 향후 스페이스X의 지상 또는 우주 인프라와 연결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테라팹 역시 두 회사 사이의 산업적 협력이 이미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을 스페이스X 투자의 핵심 논리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배구조, 기존 주주의 이해관계, 정부계약, 규제, 테슬라의 중국 사업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합병은 스페이스X에 투자하기 위한 전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옵션 정도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오히려 두 회사가 합병하지 않더라도 AI, 배터리, 에너지저장, 반도체, 제조기술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9. 스페이스X의 진짜 해자는 무엇인가
결국 스페이스X의 투자 포인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로켓을 잘 만드는 회사"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스페이스X가 구축하고 있는 것은 하나의 수직계열화된 우주 인프라 생태계입니다.
로켓으로 우주까지의 운송망을 만들고, 스타링크로 글로벌 통신망을 구축하고, 자체 위성으로 발사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스타십과 새로운 스타베이스를 통해 발사량을 대폭 늘리고, AI 모델과 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스타마인드 같은 우주 컴퓨팅 인프라까지 연결하려 합니다.
이를 하나의 구조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타십 → 우주 운송비용 하락 → 스타링크·다이렉트투셀 확대 → 통신 매출과 자체 발사 수요 증가 → 발사량 증가 → 추가적인 비용 하락 → AI·국방·우주 컴퓨팅 등 새로운 시장 진출
이 선순환구조가 제대로 구축된다면, 스페이스X의 가장 큰 경쟁력은 특정 기술 하나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됩니다.
경쟁사가 스페이스X를 따라잡으려면 더 좋은 로켓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로켓, 재사용 기술, 발사장, 추진제와 전력, 위성 생산, 통신망, 고객 기반, 자체 발사 수요, AI, 그리고 막대한 자본조달 능력까지 동시에 따라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스페이스X의 진입장벽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스페이스X의 진짜 해자는 로켓이 아닙니다. 로켓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체 시스템입니다.
10.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
물론 매력적인 회사라는 것과 현재 가격에서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서 이 구분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기업가치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대를 받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타링크, 스타십, AI, 스타마인드 등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더 어려운 문제는 그 성공 가능성이 현재 주가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서사가 강한 종목일수록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의 차이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스타십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스페이스X의 미래 사업 상당수는 사실상 스타십을 전제로 합니다.
차세대 스타링크도, 초고빈도 발사도,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도, 궤도 데이터센터도 결국 스타십이 목표한 수준의 완전 재사용과 발사비용 절감을 실현해야 경제성이 크게 개선됩니다.
스타십의 상용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 스페이스X의 장기 성장 시나리오 상당 부분도 함께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자본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AI, 스타링크, 스타십,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 모두 막대한 투자를 요구합니다.
특히 AI 부문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보면 스페이스X가 새로운 성장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규제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주파수와 위성궤도, 환경규제, 발사 승인에 국가안보 문제까지 얽혀 있습니다.
텍사스 스타베이스에서는 폐수 배출 허가 문제로 규제 위반과 벌금이 발생했고, 발사장 확장을 둘러싼 환경단체의 소송과 지역사회의 반발도 이어졌습니다.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 역시 규모가 큰 만큼 향후 환경·지역사회·발사허가 문제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론 머스크 개인에 대한 높은 의존도입니다.
스페이스X의 기술적 비전과 과감한 자본배분이 머스크라는 인물과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은 장점인 동시에 상당한 거버넌스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X를 장기적으로 긍정적으로 지켜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로켓, 재사용 발사체, 대규모 위성망, 글로벌 통신, AI, 정부·국방 사업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업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타링크가 성장하면 스페이스X의 발사 수요가 늘어납니다. 발사량이 늘어나면 비용을 낮출 여지가 생깁니다.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위성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스타십이 성공하면 그동안 경제성이 없었던 새로운 우주산업까지 가능해집니다. AI와 우주 컴퓨팅 역시 그 위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2026년 8월 25일 발표된 1,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베이스 루이지애나는 스페이스X가 이러한 미래를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산업 인프라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스페이스X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우주산업의 성장에 베팅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우주가 통신, 물류, 국방, AI, 컴퓨팅을 아우르는 새로운 경제활동의 인프라로 발전하는 미래를 보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스페이스X는 현재 그 미래를 가장 공격적으로 수직계열화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다만 미래가 크다는 것과 현재 주가가 싸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스페이스X의 적정주가보다 먼저, 왜 이 회사의 경쟁우위를 단순히 '로켓 기술' 하나로 보면 안 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스페이스X의 진짜 해자는 로켓이 아닙니다.
그 로켓을 중심으로 통신, 물류, AI, 컴퓨팅까지 계속 확장되는 시스템 전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