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립토 시장이 다시 정치 일정에 발목을 잡혔습니다.
시장구조 법안인 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이른바 '클래러티 법안'의 상원 본회의 표결이 결국 9월로 미뤄졌습니다. 8월 6일 존 튠 상원 원내대표가 8월 휴회 전 표결이 없을 것이며 다음 달에 처리하겠다고 확인했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여름 휴회 전에 표결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7월 14일 튠 원내대표는 이번 회기 안에 클래러티 법안을 표결하겠다고 말했고, 신시아 러미스 의원은 8월 5일까지도 "휴회 전 표결"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정부 예산안과 인준, 러시아 제재법 등 다른 법안이 우선순위를 차지했고, 토론 종결에 필요한 절차(cloture)는 끝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튠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민주당이 표결 일정에 합의하지 않았다면서도, 법안 발의자들과 협의해 "복귀하자마자 첫 순서로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상원은 8월 휴회 후 9월 14일 복귀할 예정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표결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 8월에서 9월로 공식 연기됐고, 지도부는 복귀 직후 처리를 약속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크립토 업계가 그토록 기다리던 법안이 왜 마지막 문턱에서 멈췄을까요.
1. 클래러티 법안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클래러티 법안은 단순한 '친(親)코인 법안'이 아닙니다.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에 답하려는 법안입니다.
이 코인은 증권인가, 상품인가. 그리고 SEC와 CFTC 가운데 누가 감독해야 하는가.
현재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의 성격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이 겹치거나 불명확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클래러티 법안의 핵심은 디지털자산의 분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디지털 상품에 대해서는 CFTC 중심의 규제체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2025년 7월 미국 하원은 이 법안을 294대 134로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 의원 78명도 찬성해 하원 단계에서는 상당한 초당적 지지를 얻었습니다.
이후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는 수정된 클래러티 법안을 15대 9로 통과시켰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앤절라 알소브룩스, 루벤 갈레고 두 의원이 찬성에 합류했습니다. 상원 본회의만 넘으면 입법 절차의 마지막 단계로 갈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입니다.
즉 미국이 포괄적인 크립토 시장구조법에 이 정도로 가까워진 것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2. 그런데 왜 마지막 문턱에서 멈췄나
표면적으로는 일정 문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안 안에 아직 풀리지 않은 정치적·산업적 쟁점이 남아 있습니다. 러미스 의원에 따르면 11개월의 협상 동안 민주당 요청으로 수정된 분량만 300페이지가 넘는데도, 아직 세 가지가 남았습니다.
첫째 : 트럼프와 고위공직자의 크립토 이해상충
최근 가장 큰 정치적 쟁점은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크립토 사업 참여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부통령, 고위 행정부 인사, 의원 등이 재임 중 크립토 프로젝트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강한 윤리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측은 현재 법안이 대통령이 크립토 사업에서 계속 수익을 얻을 경로를 남겨둔다고 분석했고,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윤리 조항이 충분하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크립토 관련 수익은 약 14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절충 시도는 진행 중입니다. 톰 틸리스(공화)와 루벤 갈레고(민주) 의원이 마련한 초당적 윤리 수정안이 백악관에 전달돼 검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규제를 집행할지, 가족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간접 수익까지 어떻게 막을지 등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큽니다. 8월 6일에는 이 윤리 조항이 오히려 대통령에게 세금상 유리한 결과를 줄 수 있다는 논란까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결국 클래러티 법안이 단순한 금융규제 법안에서 정치윤리 법안까지 되어버린 셈입니다.
둘째 : 스테이블코인 '이자·리워드' 문제
두 번째 쟁점은 전통 은행과 크립토 업계의 이해관계 충돌입니다.
클래러티 법안의 최신안은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그냥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예금이자와 유사한 수익을 지급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대신 실제 거래나 활동에 연계된 리워드는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이 조항보다 더 강한 제한을 요구합니다. 은행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높은 이자를 지급하면,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고, 은행의 대출 재원이 줄어 금융시스템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는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할 경우 2028년까지 미국 은행권에서 최대 약 5,000억 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반면 크립토 업계는 은행이 낮은 예금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을 막는 것 아니냐고 반박합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은행 로비의 주장을 근거로 판단하지 말고 법안 내용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고 공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올해 초 한 차례 법안 협상이 크게 흔들렸고, 백악관이 중재해 절충안이 만들어졌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더 강한 제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시 홀리 의원이 지역은행 우려를 이유로 법안에 반대를 표명한 첫 공화당 상원의원이 되면서, 이 쟁점이 공화당 내부 이탈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셋째 : DeFi·자금세탁방지·투자자 보호
클래러티 법안은 탈중앙화금융, 즉 DeFi를 어디까지 규제할지에 대해서도 상당히 중요한 기준을 만듭니다.
최신 상원안은 실제로 통제권을 가진 플랫폼과 순수하게 탈중앙화된 프로토콜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사용자 거래를 차단하거나 특정 참여자에게 특별한 권한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보다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향입니다.
또 거래소와 브로커, 딜러 등은 은행비밀법(BSA)의 적용을 받아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공화당 측은 이러한 내용이 소비자 보호와 불법자금 차단을 강화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여전히 DeFi와 불법자금, 국가안보 측면에서 허점이 남아 있다고 비판합니다.
결국 논쟁의 본질은 이것입니다. 어느 수준까지 규제해야 산업을 죽이지 않으면서 투자자와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가.
3. 이번 연기가 더 부담스러운 이유 : 시간이 별로 없다
클래러티 법안의 가장 큰 적은 반대파만이 아닙니다. 바로, 시간입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상원은 8월 휴회 후 9월 14일 복귀해 약 3주간 일하고,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다시 장기간 주(州) 업무기간에 들어갑니다. 사실상 중간선거 캠페인 모드입니다.
그래서 크립토 업계가 8월 휴회 전 처리를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한 번 여름을 넘기면 정치인의 관심은 법안보다 선거로 이동합니다.
실제로 크립토 업계는 이번 중간선거에 약 2억 달러를 투입하며 친(親)크립토 후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4년 선거에서도 약 1억7,000만 달러를 썼고, 이후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GENIUS Act 통과라는 정치적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정책 목표 중 하나가 바로 클래러티 법안입니다.
4. 그렇다면 법안이 무산된 것인가
아직 그렇게 보기는 이릅니다.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연기는 실패가 아닙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미 15대 9로 법안을 통과시켰고, 튠 원내대표는 9월 복귀 직후 첫 순서로 처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습니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도 상원의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상원 본회의입니다. 미국 상원에서 사실상 필리버스터를 넘으려면 60표가 필요합니다. 공화당은 53석이라 단독으로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민주당 의원 최소 7명의 찬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게다가 홀리 의원의 사례처럼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역은행과 스테이블코인 이자 문제에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의 기대도 낮아졌습니다. 갤럭시 리서치는 2026년 내 법안 제정 확률 추정치를 50%에서 30%로 낮췄습니다. 이는 공식 확률이 아니라 시장 분석기관의 추정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표현한다면 다음 정도가 적절합니다.
클래러티 법안은 죽은 법안이 아니라, 최종 정치적 합의를 기다리는 법안이다.
5. 향후 예상 타임라인
현재 일정을 기준으로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기 | 예상 이벤트 | 중요도 |
|---|---|---|
| ~8월 6일 | 튠 원내대표, 9월 연기 공식 확인 | 확정 |
| 8월 휴회 | 상원 주(州) 업무기간 | 본회의 정지 |
| 9월 14일 | 상원 복귀 — "첫 순서" 약속 이행 여부 | ⭐ 최대 분기점 |
| 9월 중하순 | 윤리·스테이블코인 최종 협상 + 표결 가능성 | 매우 높음 |
| 10월 초~11월 초 | 중간선거 모드 | 입법 가능성 급감 |
| 11월 3일 | 미국 중간선거 | 정치적 분기점 |
| 11~12월 | 레임덕 세션 재추진 | 차선책 |
| 2027년 | 새 의회 재협상 리스크 | 리스크 |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9월 14일 복귀 직후부터 9월 말까지입니다. 튠 원내대표가 "복귀 첫 순서"를 약속한 만큼, 클래러티 법안이 올해 통과되려면 이 시기에 실제로 절차가 시작되는지가 첫 번째 확인 지점입니다.
6. 하지만 상원을 통과한다고 끝은 아니다
여기서 투자자들이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원은 2025년 이미 클래러티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상원이 현재 논의하고 있는 법안은 하원안과 내용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윤리규정과 스테이블코인 보상, 자금세탁방지, DeFi 등의 내용이 수정됐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원이 수정안을 통과시키면 곧바로 대통령 책상으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상·하원이 동일한 법안 문구에 합의해야 합니다.
상원 통과 → 하원에서 상원 수정안 승인(또는 상·하원 조정) → 양원 동일 문안 통과 → 대통령 서명.
이 과정이 남습니다. 따라서 9월 상원 통과가 성사되더라도 최종 법제화는 그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7. 투자자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클래러티 법안은 비트코인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법안 정도로 보면 안 됩니다. 비트코인은 이미 현물 ETF와 기관시장 안에서 상당 부분 제도권에 들어왔습니다. 이 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는 곳은 오히려 그 밖입니다.
알트코인.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디지털자산이 증권이고 어떤 자산이 상품인지입니다. 법적인 지위가 명확해지면 거래소가 어떤 토큰을 상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SEC 소송 리스크 때문에 미국 시장 진입을 꺼렸던 프로젝트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코인베이스 등 미국 거래소. 시장구조법 통과의 대표적인 수혜 후보입니다. 코인베이스처럼 미국 규제를 직접 받아야 하는 사업자는 규제가 없는 것보다 규칙이 명확한 환경을 선호합니다. 반면 법안이 지연되면 규제 명확성에 대한 기대가 낮아져 관련 종목의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GENIUS Act가 스테이블코인의 기본 규칙을 만들었다면, 클래러티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과 어느 수준까지 경쟁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다음 단계입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누가, 어떤 형태의 이자를 줄 수 있느냐'는 문제는 코인베이스, 서클뿐 아니라 미국 은행 산업의 사업모델과 직접 연결됩니다.
DeFi. DeFi가 정말 탈중앙화돼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 금융회사와 다른 규제를 적용받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법안의 최종 문구에 따라 미국 개발자와 DeFi 프로토콜의 법적 리스크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8. 시장에는 악재인가
단기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뉴스입니다. 시장은 오랫동안 다음과 같은 내러티브를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GENIUS Act 통과 → 클래러티 법안 통과 → 미국 크립토 제도권 편입 가속 → 기관자금 확대.
여기에서 두 번째 단계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기를 곧바로 미국의 크립토 정책 후퇴로 해석하는 것도 과합니다.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미 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고, 백악관과 공화당 지도부는 여전히 시장구조법 입법을 정책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문제는 '통과할 것인가'에서 점차 '어떤 조건으로 통과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지금 국면을 이해하는 데 더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9. 앞으로 확인해야 할 다섯 가지
첫째, 9월 14일 복귀 후 튠 원내대표가 실제로 클래러티 법안을 첫 순서로 올리는가. 말보다 중요한 것은 cloture motion, 즉 토론종결 절차가 실제로 시작되는지입니다.
둘째, 민주당에서 몇 표가 확보되는가. 60표를 확보하려면 민주당 최소 7명의 협조가 필수입니다.
셋째, 트럼프 관련 윤리조항이 어떻게 정리되는가. 틸리스-갈레고 수정안에 대한 백악관의 답이 첫 신호가 될 것입니다.
넷째,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조항. 은행권과 크립토 업계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충돌이며, 홀리 의원 같은 공화당 내 이탈이 더 번지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다섯째, 상원 통과 후 하원이 수정안을 받아들이는가. 상원 통과만 보고 "법안 통과"라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맺으며
클래러티 법안의 9월 연기는 크립토 산업에 분명 아쉬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법안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2025년 하원을 294대 134로 통과했고, 2026년에는 상원 은행위원회까지 15대 9로 넘었습니다. 미국 역사상 포괄적인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이 이만큼 입법에 가까이 온 적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마지막 10%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 10%에는 SEC와 CFTC의 관할권보다 더 정치적인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대통령의 크립토 이해상충.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의 경쟁. DeFi의 규제 범위. 그리고 중간선거라는 정치 일정입니다.
현재 확정된 다음 창구는 9월입니다. 9월 14일 상원이 복귀해 실제 법안 심사에 들어가고 60표의 초당적 지지를 확보한다면 올해 안에 법제화될 가능성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9월마저 넘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0월부터는 선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킵니다. 그 경우 클래러티 법안은 11~12월 레임덕 세션까지 밀리거나, 최악의 경우 새 의회에서 다시 협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 볼 것은 하루짜리 코인 가격 반응보다 이것입니다.
미국이 크립토를 규제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떤 규칙으로 제도권에 넣을 것이냐.
클래러티 법안의 연기는 그 답이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제도화 방향 자체가 되돌아갔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9월이 미국 크립토 규제의 다음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본 글은 2026년 8월 6일 미국 현지시간까지 공개된 미국 의회와 언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 클래러티 법안의 상원 일정은 의회 지도부 결정과 법안 협상에 따라 언제든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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