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스테이블코인, 정말 미래의 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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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정말 미래의 돈이 될 수 있을까

같은 날 같은 무대에서 나온 정반대의 메시지: 미국은 지원하고, BIS는 경계한다

작성 2026-08-30 수정 2026-08-30 글쓴이: · 前 애널리스트 現 투자자

8월 28일, 잭슨홀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상반된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쪽에서는 워시 연준 의장이 물가를 걱정하며 매파적 메시지를 냈습니다. 그리고 같은 심포지엄 무대에서,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의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Pablo Hernández de Cos) 사무총장은 전혀 다른 경고를 던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대규모 결제의 중심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작 미국 정부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을 적극적으로 키우려 하고, BIS는 그것이 통화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데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둘 중 누구 말이 맞을까요? 사실 둘은 같은 것을 보면서 서로 다른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이해하면, 지금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달러 전쟁'의 구도가 보입니다.

1. 스테이블코인이 대체 뭐길래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크립토와 달리,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보통 '1코인 = 1달러'로 페그(peg)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크립토를 거래할 때 잠시 돈을 넣어두는 용도로 쓰였지만, 지금은 송금·결제·기업 자금관리·국제거래 같은 실제 금융 영역으로 빠르게 넘어오고 있습니다. 코인을 사고파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인터넷 위의 달러'처럼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2. BIS : "스테이블코인은 돈의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데 코스 사무총장의 결론은 분명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현금이나 은행예금처럼 경제 전체의 핵심 결제수단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BIS는 '좋은 돈'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스테이블코인이 이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봤습니다.

첫째는 단일성(singleness)입니다. 1달러는 어디서든 1달러여야 합니다. 그런데 USDT를 가진 사람이 USDC만 받는 상대에게 송금하려면, USDT를 팔고 USDC를 사야 하고, 이 과정에서 값이 정확히 1대1로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은행 송금은 중앙은행 장부에서 최종 정산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둘째는 탄력성(elasticity)입니다. 은행은 필요할 때 중앙은행의 신용을 이용해 돈의 공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준비자산에 묶여 있어 수요가 급변할 때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셋째는 무결성(integrity)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잔액의 상당수가 개인 지갑에 보관되고 지갑에서 지갑으로 직접 오가는데,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AML) 같은 규제를 일관되게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BIS가 가장 무겁게 보는 문제가 통화주권입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3. 그런데 미국 재무부는 오히려 그 구조를 좋아한다

여기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고객에게 받은 달러를 금고에 넣어두지 않습니다. 1코인 = 1달러를 지키려면 그만큼의 안전자산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보통 상당 부분을 현금과 미국 단기국채로 보유합니다. 그래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면,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를 더 많이 사야 합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틀을 만든 GENIUS Act가 달러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수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그림이 그려집니다. 스테이블코인 보급 → 전 세계에서 디지털 달러 사용 확대 → 발행사의 미 국채 매입 증가 → 미국 정부의 자금조달을 일부 뒷받침.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코인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달러 유통망'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엔 더 큰 전략적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은행 계좌를 만들기 어려운 해외 이용자도 인터넷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USDT나 USDC를 쓸 수 있고, 그가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코인이 아니라 '달러 가치'입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질수록 미국 밖에서 달러를 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미 재무부는 이를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봅니다.

4. BIS는 통화주권을 경계한다

BIS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의 달러 패권이 아닙니다. 각 나라의 통화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가입니다.

어떤 신흥국 국민들이 자국 은행예금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쓰기 시작한다고 해봅시다. 월급을 받으면 자국 통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고, 저축도 결제도 스테이블코인으로 합니다. 그러면 그 나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해도 국민의 실제 돈 사용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듭니다. 극단적으로는 자국 통화 대신 사실상의 디지털 달러가 경제를 지배할 수도 있습니다.

BIS가 말하는 통화주권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미국에는 '기회'지만 다른 나라에는 '위협'입니다. 같은 현상을 두고 두 기관의 결론이 갈리는 근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도 완전히 남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화를 쓰기 때문에 일부 신흥국처럼 갑자기 달러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국내 투자자는 이미 USDT와 USDC를 크립토 거래에서 상당히 많이 씁니다. 앞으로 해외송금·결제·기업 정산까지 사용 범위가 넓어진다면, 국내에서도 새로운 달러 수요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입니다.

5. 하지만 BIS의 대안은 토큰화 예금이다

여기서 이번 연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나옵니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을 없애고 옛날 은행 시스템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블록체인과 토큰화 기술이 금융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정합니다. 24시간 실시간 결제, 프로그래밍 가능한 돈처럼 기술의 장점은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대신 BIS가 더 적합하다고 보는 것은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이 코인 1개는 1달러"라고 약속하는 구조로, 이용자가 가진 것은 은행예금이 아니라 발행회사에 대한 상환청구권에 가깝습니다. 반면 토큰화 예금은 기존 은행의 예금을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디지털 토큰으로 바꾼 것입니다. 형태는 디지털이지만 돈의 법적 성격은 여전히 은행예금이라, 예금자 보호와 금융감독, 중앙은행 결제시스템 같은 기존 금융의 안전장치 안에 그대로 있습니다.

구분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
발행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은행
기반 준비자산 기존 은행예금
강점 글로벌·24시간 결제 규제·금융시스템 연계
핵심 위험 디페그·런·통화주권 은행 시스템 의존
미는 쪽 미국 크립토·정책 일부 BIS·중앙은행권

BIS의 논리는 "새로운 민간화폐를 만들기보다, 이미 잘 작동하는 은행예금을 블록체인화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BIS는 이를 위해 여러 중앙은행과 함께 통합 원장(unified ledger) 실험인 '아고라(Agor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 결국 싸움은 '크립토 vs 은행'이 아니다

여기서 앞으로의 금융을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흔히 '크립토 vs 은행' 구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쟁 구도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은행의 토큰화 예금이, 누가 디지털 금융의 중심이 될지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크립토 업계는 전자를, BIS와 상당수 중앙은행은 후자를 밀고 있습니다.

즉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자체는 이미 양쪽이 다 받아들였습니다. 진짜 싸움은 '그 위에 누구의 돈을 올릴 것인가'입니다.

7. 현실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정책 논쟁과 별개로, 현실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한 결제카드의 월간 소비액은 7월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1년 전 같은 달의 약 3배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카드 결제시장만 2028년에 연간 500억 달러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특히 사용이 빠르게 느는 지역은 남미와 아프리카입니다. 자국 통화가 불안하거나, 은행망이 불편하거나, 해외송금 비용이 너무 높은 곳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500억 달러라 해도, 연간 20조 달러가 넘는 전통 카드 시장에 비하면 아직 아주 작은 규모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BIS가 틀렸다는 뜻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유용하다는 것과, 세계 금융시스템의 중심 통화가 되기에 안전한가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편리하다고 해서 교통법규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규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BIS의 논리입니다.

8. BIS가 짚은 의외의 문제 :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

이번 연설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커지면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 정부의 조달비용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은행 예금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은행에 1억 원을 넣는 대신 USDC나 USDT를 보유한다고 해봅시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의 원천이 되는 예금이 줄어들고, 그러면 은행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하며, 그 비용은 결국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로 전가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스테이블코인 증가 → 은행예금 감소 → 은행 조달비용 상승 → 가계·기업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경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조달비용은 낮추면서 민간의 대출비용은 높일 수 있다는, 상당히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9. 결국 '누가 돈을 발행하고, 그 이익을 가져가는가'의 문제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스테이블코인 논쟁을 구조적으로 보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미 재무부는 국채 수요가 늘고 달러 사용이 확대되니 좋습니다. 크립토 기업은 새로운 결제시장이 생깁니다. 소비자는 더 빠르고 싼 결제를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은행은 예금을 빼앗길 수 있고, 중앙은행은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전달력이 약해질 위험을 걱정합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닙니다. '누가 돈을 발행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이익을 가져갈 것인가'라는 정치경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10. 투자자는 무엇을 봐야 하나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흐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첫째, 스테이블코인 성장은 미국 단기국채 수요와 직결됩니다.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국채를 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시장이 커질수록 단기국채 수요라는 새로운 축이 생깁니다. 최근 미국의 금융여건을 기준금리 하나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습니다.

둘째, 승자와 패자가 갈릴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관련 결제 인프라는 성장의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예금 이탈에 노출된 은행은 반대편에 설 수 있습니다. 같은 흐름이 누구에게는 기회, 누구에게는 부담입니다.

셋째, 제도화의 방향이 관건입니다. 미국은 GENIUS Act로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힘을 실었고, BIS와 여러 중앙은행은 토큰화 예금 쪽에 무게를 둡니다. 어느 쪽으로 제도가 기우느냐에 따라 수혜 대상이 달라집니다.

한국도 두 갈래를 놓고 고민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를 논의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발행 주체 등 핵심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민간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길과, 은행 중심의 토큰화 예금을 확대하는 길 사이에서, 둘이 함께 갈 수도 있습니다.

맺으며 :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게임은 아니다

저는 앞으로 금융시장이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예금 중 하나로 통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용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송금, 크립토 거래, 24시간 국제결제처럼 국경을 넘는 영역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반면 토큰화 예금은 국내 결제, 기업금융, 은행 간 거래처럼 규제가 중요한 영역에서 강점이 있습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의 국제화폐', 토큰화 예금은 '기존 은행 돈의 블록체인 버전'처럼 역할이 나뉠 가능성이 있습니다. BIS 스스로도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앞으로 볼 관전 포인트는 네 가지입니다. 미국 GENIUS Act의 실제 시행, USDT·USDC가 거래소 정산용을 넘어 실제 결제수단으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은행권이 토큰화 예금을 본격 상용화하는지, 그리고 한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스테이블코인 규정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입니다.

같은 날 잭슨홀에서 나온 두 개의 신호처럼, 이 문제는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하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래의 돈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의 답은, 어쩌면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규칙 위에서'라는 조건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 본 글의 수치와 발언 내용은 2026년 8월 30일 시점의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정책 논의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 다룬 종목
데이터 출처 · 국제결제은행(BIS)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2026-08-28) · 미 재무부 공개 발언 · 로이터 · 국내외 언론 보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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