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전 세계 국채금리는 왜 다시 치솟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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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국채금리는 왜 다시 치솟았나

지난번 글 이후 금리는 더 올랐다 — 이번엔 기간 프리미엄과 AI 회사채가 보인다

작성 2026-09-02 수정 2026-09-02 글쓴이: · 前 애널리스트 現 투자자

얼마 전 이 지면에서 전 세계 장기금리가 동시에 오르는 이유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도 금리는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르는 나라가 더 늘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다시 4.8%에 가까워졌고, 30년물도 5.2%를 넘어선 채 2007년 이후의 고점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본 10년물은 3%를 돌파해 1996년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이고, 영국 30년물 역시 199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독일 10년물도 2011년 이후 최고로 올라오는 등 유럽 장기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일본, 유럽의 경제 상황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막대한 재정적자가 문제이고, 일본은 오랜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통화정책 정상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성장 둔화와 재정 부담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채금리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지금의 금리 상승을 단순히 '인플레이션 우려'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채권시장에서 훨씬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 이후 몇 달 사이, 그 구조적 변화가 더 뚜렷해졌습니다.

1. 정부가 너무 많은 돈을 빌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주요국 정부의 재정지출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미국은 코로나 대응을 시작으로 인프라 투자, 반도체 지원, 국방비 확대, 감세정책까지 이어지면서 대규모 재정적자가 구조화되었습니다.

문제는 적자가 발생하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는데 이를 사려는 수요가 같은 속도로 증가하지 않는다면, 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는 올라갑니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올해 8월 분기 리펀딩에서 약 1,25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발행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재무부는 이번 분기에만 민간이 보유할 시장성 국채를 7,000억 달러 넘게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 재무부는 최근 장기국채 시장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10~30년물 바이백(buyback)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습니다(9월 9일 발효). 정부가 채권시장 유동성을 직접 관리해야 할 정도로 장기채 시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바이백에 대해서는 앞서 별도의 글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2.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쉽게 죽지 않고 있다

최근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군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놓고 다시 충돌하고, 유조선 피격 소식까지 나오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결과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히 휘발유 가격만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운송비, 제조비용, 항공료, 전력비 등 경제 전반의 비용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지면서, 시장은 중앙은행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금리를 올릴 가능성까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잭슨홀에서 매파적 신호가 나온 뒤, 시장은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크게 높여 잡고 있습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앞으로 물가가 3~4% 오를 가능성이 있는데, 10년 동안 3% 금리를 주는 국채를 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합니다.

3. '중앙은행이 결국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채권시장에는 하나의 강력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상황이 더 나빠지면 국채를 사들인다는 믿음입니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대규모 양적완화(QE)를 실시했습니다. 덕분에 장기국채 시장에는 사실상 거대한 최종 매수자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거나 국채를 매입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본은 오히려 장기간 유지해온 초저금리 정책에서 빠져나오는 중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채권시장을 떠받쳤던 가장 큰 수요자가,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4. 그래서 '기간 프리미엄'이 돌아오고 있다

장기금리는 단순히 앞으로의 기준금리 예상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10년 또는 30년 동안 돈을 묶어두는 위험에 대해, 투자자는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합니다. 이를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라고 합니다.

정부 부채가 많아지고,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투자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 이 채권을 들고 있으려면 금리를 더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양적완화와 저물가 때문에 억눌려 있던 기간 프리미엄이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장기금리는 크게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이 보여주는 모습도 여기에 가깝습니다.

5. 그리고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 AI 회사채

지난 글에서도 짚었지만, 그 사이 규모가 다시 한 단계 커진 변수가 있습니다. 국채 시장에서 정부의 경쟁자가 정부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회사채 발행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은 합쳐서 약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5년의 거의 두 배입니다. 문제는 이 막대한 투자를 예전처럼 현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채권시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오라클이 약 18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역대급 기록을 세웠고, 알파벳은 100년 만기 파운드화 채권까지 포함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채권 발행이 2,2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연말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2025년 한 해 전체의 두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금의 '경쟁'입니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빌리고, 빅테크는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립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우량 빅테크 회사채라는 대안이 생긴 셈입니다. 회사채 공급이 급증하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스프레드와 절대금리가 높아지고, 국채 역시 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하는 압력을 받습니다.

그래서 지금 금리가 오르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 장기채를 사주던 가장 큰 손은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최근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직접적인 촉매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미국·일본·유럽의 장기금리가 동시에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시작된 글로벌 재정확장의 후유증이 채권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더 많은 재정지출, 더 많은 국채 발행, 더 높은 인플레이션 위험, 그리고 줄어드는 중앙은행의 정책 여력. 여기에 AI 투자를 위한 회사채 급증까지. 이 요인들이 겹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정부에게 요구하는 금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맺으며

어쩌면 지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기준금리가 몇 번 내려갈 것인가'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정부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가, 그리고 시장은 그 국채를 얼마의 금리에서 받아줄 것인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5년간 세계 금융시장은 '돈의 가격이 거의 공짜인 시대'에 적응해왔습니다. 지금 채권시장은 어쩌면 그 시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조금씩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번 글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꺼냈을 때보다, 그 신호는 지금 더 또렷해졌습니다.


※ 본 글의 금리·발행 규모 수치는 2026년 9월 2일 시점의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정보 공유를 위한 것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데이터 출처 · 미 재무부 분기 리펀딩·바이백 발표 자료 · 잭슨홀 심포지엄(2026-08-28) · Reuters · CNBC · 국내외 언론 보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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